삼성전자가 사내에서 직원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부 정보 유출 우려로 그동안 이를 사실상 금지해왔지만, 인공지능 활용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기존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경영진은 최근 이런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며 이른바 ‘서초’로 불리는 삼성전자 사업지원실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조만간 이런 방침을 사내에 공지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망에 접속된 회사 컴퓨터로 오픈에이아이(AI)의 챗지피티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외부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앞서 2023년 일부 직원이 회사 내부 정보를 챗지피티에 입력한 일이 계기가 되면서다.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사업(DX)부문을 중심으로 전사 차원에서 외부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할 수 없도록 차단했고, 반도체사업(DS)부문에 대해서는 사내 결재를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전향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방침을 바꾼 것은 보안 강화라는 ‘득’보다, 인공지능 시대에 뒤처지는 ‘실’이 더욱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효용이 떨어지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향한 직원들의 불만이 큰 점도 고려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앞서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 부문장)은 지난해 9월 기자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모든 업무 영역의 90%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과 사고까지 혁신해 업무 스피드와 생산성을 높여 나가자”고 했다.
다만, 삼성전자 경영진은 외부 데이터센터에 연결된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은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만큼, 자체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내 전산망에서만 인공지능 모델을 구동하거나, 외부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에 직원들이 입력한 정보를 가져다 쓰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는 방식 등이다. 국가 핵심 기술로 분류되는 정보는 인공지능 사용 범위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경영진의 새 방침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단순 문서 작성 업무 등에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들고, 업무 전반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각에선 여전히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수적 업무 문화를 유지해온 삼성전자가 외부 인공지능 모델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나서면서, 이런 움직임이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안정에 방점을 둔 관료적인 문화를 가진 삼성전자가 먼저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에스케이(SK)하이닉스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들은 사내에서 외부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