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BA 런던 어워드 입상…"역사 맥락·자연 경관과 조화 이뤄야"
'처칠 집무실·007 시리즈 탄생' 옛 전쟁부 청사 안뜰 설계
스승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던 사우디 미술관 재생 프로젝트도
[Kyungsub SHIN. 강대화 건축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건축가 강대화(49) 씨가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가 선정하는 올해의 런던 건축상을 받았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왕립건축가협회에 따르면 강 건축가의 강대화디자인이 설계한 '옛 전쟁부(OWO·Old War Office) 대형 안뜰과 파빌리온(별관)'이 지난 14일 '2026 영국 RIBA 런던 어워드'에서 입상했다.
190여 년 전통의 이 협회는 지역별로 뛰어난 건축물들을 선정한다. 지역 수상작들이 '내셔널 어워드'에서 겨루고, 여기에서 수상하면 영국 최고 권위의 건축상 '스털링상'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시상은 올해로 60회째다.
협회가 영국왕을 대신해 수여하는 공로상 '로열 골드 메달'은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과 함께 세계 건축계 최고 영예 중 하나로 꼽힌다. 수상자로는 르코르뷔지에,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등이 있다.
강 건축가의 RIBA 지역상 수상은 두 번째다. 2024년에는 17세기 말 교회인 런던 세인트 앤드루 홀본의 리모델링 설계로 런던 어워드에서 입상했다.
감 건축가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수상작인 'OWO 대형 안뜰과 별관'은 영국 육군 담당 부처인 전쟁부(War Office) 청사였다가 현재는 래플스 호텔로 쓰이는 OWO 건물의 앞마당이다.
이 건물에는 윈스턴 처칠이 전쟁부 장관으로 재임한 1919∼1921년 집무실이 있었다.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구상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현대 영국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강 건축가는 이 건물이 지닌 영국의 역사적 상징성과 자신이 구현한 현대성이 조화를 이루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왕립건축가협회 저널에 따르면 심사위원단도 그의 건축이 "또렷하게 현대적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기존 분위기에 겸손하게 녹아들어 격식 있는 역사적 공간에서 능숙하게 구현됐다"고 평가했다.
대형 공간·건축 재생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온 강 건축가는 기존 공간과 새로운 건축의 조화로운 구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그와 같은 영감과 영향은 한국 전통 건축과 철학에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강 건축가는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 프린스턴대에서 학사,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의 아시아 펠로십 프로그램을 통해 천년고도 경주와 서울에서 궁궐과 서원, 사찰 등 전통 건축을 탐구하며 보낸 시간이 건축 디자인에 새로이 눈 뜬 계기가 됐고, 독립 후 첫 프로젝트를 비롯해 한국 건축 프로젝트를 여럿 맡았다.
[Jermaine BINNS. 강대화 건축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강 건축가는 "한국 조경과 건축의 특별함은 '조화'다. 경관과 주위 환경의 맥락에 맞추는 최고의 힘이 있다"며 "주위 상황과 경관을 (건축에) 모셔 오면서도 우리 것에서 지킬 건 지킨다는 게 한국적인 철학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OWO 안뜰에는 윤슬 같은 반짝임과 물결이 치는 듯한 곡선이 담겼는데, 이 역시 한국 전통 건축과 철학의 영감을 받았다.
강 건축가는 "불국사를 봐도, 경복궁을 봐도 곡선이 살아 있다"며 "새로운 건물에 OWO 기존 건물과 같은 사각 직선을 쓴다면 두 건물이 싸우게 될 것 같았다. 곡선을 만들고 거울처럼 빛의 반사를 담으면 역사적 건물을 살리면서도 우리가 새로 만드는 건축물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영국 생활은 23년째다. 예일대 대학원 시절 초빙교수로 있던 이라크 태생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와 사제의 연을 맺었고 2004∼2014년 런던의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에서 일하다가 독립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있는 6천800㎡(약 2천평) 규모의 현대 미술관 '블랙 골드 뮤지엄'을 설계했다. 하디드가 설계했던 압둘라 국왕 석유연구소(KAPSARC) 연구 도서관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프로젝트다.
강 건축가는 "영국은 건축의 수준이 아주 높은 나라이고, 영국을 베이스로 두고 활동하니 한국, 유럽, 중동 프로젝트를 모두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 건축가'라고 했다.
그는 "교육을 모두 서양에서 받았기에 많은 지식은 서양에서 얻었지만, 감성이나 철학은 한국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다. 건축가로서 첫 발걸음도 한국에서 뗐다"며 "마음속으로 나는 한국 건축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강 건축가는 조화로운 건축에 계속 중점을 두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이를 구현하고 싶다는 희망을 소개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까지 고려해 자연과 더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계속하고 싶다"며 "남북 교류가 되고 북한에 대한 많은 투자와 개발이 이뤄진다면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오랜 역사의 맥락에 맞는 건축, 도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Kyungsub SHIN. 강대화 건축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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