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 필수품 된 '스탠딩화'…22㎝ 굽도
너도나도 신어 관람객 키 '상향평준화'
온라인서 대여도 활발…공연 끝나면 버리기도
"굽 높은 신발, 발목·발가락·무릎·등에 큰 부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생긴 게 죄다 헛디디면 죽을 것 같다"(yu***)
"여기서 떨어지면 낙상사고 아닌가"(KI***)
지난 1일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 'jj***'의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jj***'는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으로 추정되는 길 한편에 굽 높은 검은색 신발 여러 켤레가 세 줄로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어떤 할머님께서 나를 붙잡고 저건 명품 신발이냐고 물어봤다"는 설명을 붙였다.
당시 올림픽공원에서는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의 콘서트 'BLOOD SAGA'가 열렸다. 해당 글은 조회수 107만여회를 기록하고 하트 8천600여개를 받았다.
명품 신발이 아니다. 2만~6만원이면 구입 가능한 '스탠딩화'다.
스탠딩화는 가수 콘서트의 입석인 '스탠딩석' 관객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신는 통굽 신발이다.
5월을 맞아 대학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방탄소년단(BTS) 월드투어가 화제가 되는 등 K팝 공연이 활황인 가운데 스탠딩화가 공연의 이색 필수품으로 주목받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공연 관람권 총판매액은 1조7천326억원으로, 전년(1조4천589억원) 대비 18.8% 증가했다. 특히 대중음악 공연의 관람권 총판매액은 9천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공연 티켓 예매 시 좌석이 아니라 스탠딩석을 선택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스탠딩화를 구입한다.
2010년대부터 공연 관람을 위해 굽 7~10㎝짜리 일명 '치어리더화'를 신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 굽이 점점 높아지더니 지금은 무려 굽 22㎝에 달하는 신발까지 등장했다. 또 공연장에서 너도나도 신으면서 관람객의 키가 상향평준화된 탓에 스탠딩화는 이제 기본으로 장착해야 할 핵심 물품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중고거래 앱 등에서는 스탠딩화 대여도 이뤄진다.
엑스 이용자 'bk***'는 20일 "20㎝ 스탠딩화 대여해드립니다. 공지 보시고 연락 주세요"라며 대여 요금을 비롯해 스탠딩화 반납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적어 올렸다.
보증금은 2만원이며 대여료는 1일 1만5천원, 2일 2만원, 3일 2만5천원인 식이다. 반납이 연체되면 일일 1만원씩 추가된다는 경고도 있다.
또 엑스 이용자 'ss***'는 21일 "대구 경북대 5/21 직거래 스탠딩화 대여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자연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발목을 접질러 다치거나 사람이 밀집된 상황에서 굽을 감당하지 못해 넘어질 경우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콘서트를 다닌 김모(25) 씨는 25일 "좌석보다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스탠딩석을 좋아하지만 굽 10㎝ 넘는 스탠딩화는 무서워서 시도를 못 해보고 7㎝ 스탠딩화를 신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요즘은 공연비가 20만원 가까이 책정되는 편이라 부담되는데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엔하이픈 콘서트를 다녀온 신모(25) 씨는 "옛날에 스탠딩화를 5만원 주고 구매해서 두고두고 사용하고 있다"며 "키가 크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키 큰 사람들까지 신고 오기도 하니까 안 신으면 바보 되는 느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키 161㎝에 13㎝ 스탠딩화를 신어서 174㎝인 상태로 공연장에 들어간다"며 "신발을 신기 전 발목에 테이핑까지 하지만, 공연이 2~3시간 진행되는 동안 이걸 신고 뛰어놀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면 발목이 정말 피로하다"고 토로했다.
이달 엑스에도 "20㎝ 스탠딩화 탑승한 상태로 계단에서 넘어졌다"(lv***), "스탠딩화 탑승해서 발목 부서질 것 같다"(lu***), "그냥 평범한 운동화 신고 많이 걷는다고 해도 다리 아픈데 공연날 스탠딩화 잘못 신으면 진짜 발목 아작나요. 집에 못가는 수가 있음"(me***) 등의 토로와 경고가 올라왔다.
굽이 지나치게 높아 번거로운 나머지 공연이 끝난 후 신발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달 18일 엑스 이용자 'hi***'가 "아니 공연 끝나자마자 스탠딩화 다 버리고 가는 거 실화야?"라며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은 조회수 1천42만여회를 기록했고 하트 4만4천여개가 달렸다.
이에 "농담 장난 아니고 진짜 저걸 신고 콘서트 보는 거였구나?", "저거 신고 콘서트 가서 뛰는 거야? 다들 발목이 살아남아?", "삐끗하면 대체 어케 되는 거임", "저거 신으면 콘서트 끝날 때까지 발목이 한번도 안 꺾여? 발목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 등의 댓글이 달렸다.
송상호 정형외과 전문의(웰튼병원 원장)는 "굽 높은 신발을 신었을 때 발을 삐끗하거나 접질리는 경우 발바닥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복숭아뼈가 밀리고 인대가 늘어날 수 있어 위험하다"며 "굽 높은 신발은 발목에도 좋지 않지만 발가락과 무릎에 이어 등에도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착용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