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처럼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거두는 ‘초거대 기업’이 등장한 시대에는, 물가상승률이 예전과 같더라도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가 사실상 이들 기업의 실적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 이상, 그 성장 과실의 배분을 시장에만 맡겨두는 건 사회의 극단화를 방치하는 일입니다.”
지난 21일 한겨레와 만난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최근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를 계기로, 초거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국가 재정으로 이전해 경기 활성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 선진국 경제의 공통된 특징인 인플레이션은 노동자의 임금 상승 때문이 아니라 초거대 기업의 마크업(이윤 마진)이 높아진 결과”라며 “통화정책만으로 물가를 잡으려 들면 경기부양 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초거대 기업 체제가 불러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 집행 지침을 통해 도입한 ‘초과이익 공유제’를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제시했다. 정부로부터 1억5천만달러(약 230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초과이익을 거두는 경우, 그 일부를 정부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처럼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선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역시 언제든 새로운 기술 경쟁에 밀릴 수 있다”며 “정부가 기업의 초기 투자 리스크를 함께 부담하는 대신, 반도체 사이클 호황기에는 초과이익 일부를 정부가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 실효세율이 굉장히 낮은데, 그 원인을 찾아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초거대 기업을 상대로 세액공제 같은 전통적 산업정책을 반복하는 건 국가 재정 여력만 악화시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초거대 기업 시대에도 재벌 개혁 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반도체·인공지능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요구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산업을 레버리지 삼아 재벌 기업이 정부 규제를 우회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지난해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대규모 이익에서 드러났듯 ‘자금이 없어 투자가 어렵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천문학적 이익의 자본 배치를 삼성 이사회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면서 “행동주의 펀드나 국민연금 같은 곳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자본 배치의 효율성에 대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삼성전자도 과거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때 실기를 했던 사례가 있다. 초거대 기업들이 자본 배치 의사 결정을 잘못했을 때 한국 사회에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좀 더 폭넓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인공지능과 초거대 기업 체제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급격한 전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에선 20여년 전부터 산업별 1~2위 기업이 독과점 구조를 형성해 초과이익을 창출하는 문제가 주요한 연구과제로 떠오른 상태라고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본거지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소속 스티글러센터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대선 때마다 ‘공정경제’를 말하지만 정작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책 연구소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인공지능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일반론은 미국 등에서 이미 충분히 연구됐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맞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국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