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가 결혼식 주인공이 되고, 조선업은 ‘진짜 멋있는 남자’를 찾는 이야기로 바뀐다. 물류센터에는 디제잉 무대가 차려진다. 기술력과 생산능력, 규모를 앞세우던 기업 간 거래(B2B) 중심 기업들의 광고 문법이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산업이 서사와 짧은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말을 걸고 있다.
24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에이치디(HD)현대와 포스코, 아워홈 등 조선·건설기계·철강·물류 분야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새 서사와 캐릭터, 숏폼을 앞세운 디지털 광고·콘텐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에이치디현대다. 에이치디현대는 2023년 에이치디현대인프라코어의 ‘내 땅강아지 대발이’, 2024년 에이치디현대오일뱅크의 ‘주유 노우 오일전사’, 2025년 에이치디현대중공업의 ‘진짜 멋있는 남자’, 2026년 에이치디건설기계 통합 출범 광고 등을 통해 친근하고 위트있는 이미지를 쌓고 있다.
지난 1월 공개된 에이치디건설기계 통합 출범 광고는 합병이라는 딱딱한 기업 이벤트를 결혼식과 합체 서사로 바꿨다. 두 건설장비 브랜드 ‘현대’와 ‘디벨론’이 결혼식을 올리거나, 두 굴착기가 하나의 로봇으로 변신하는 내용이다. 회사 쪽은 국적과 문화권에 관계없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광고는 인스타그램에 공개된 뒤 합산 조회수 1억회를 넘겼다.
비슷한 변화는 다른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포스코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캐릭터와 짧은 영상, 플레이리스트형 콘텐츠 등을 활용해 철강회사의 이미지를 생활형 콘텐츠로 풀고 있다. 아워홈은 물류센터와 급식 현장을 디제잉 콘텐츠의 배경으로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비투비 기업을 둘러싼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주요 거래처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술력과 실적을 설명하는 것이 기업 홍보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숏폼 플랫폼이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 창구가 되면서, 홍보 대상도 일반 대중과 구직자로 넓어지는 셈이다.
채용 경쟁력 확보도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에이치디현대는 에이치디현대중공업 광고의 주요 타깃으로 제조업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20·30대와 취업준비생을 꼽는다. 2022년 말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에이치디현대로 이름을 바꾼 뒤 조선·해양, 에너지, 기계·로봇 등으로 사업 축을 넓혀온 만큼 미래 인재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를 통해 그룹 차원에서 20·30대를 대상으로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하영 기자 y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