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체결에 근접한 양해각서(MOU)의 뼈대는 60일간의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이란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커, 당장의 파국을 막기 위해 가장 까다로운 쟁점을 뒤로 미루는 ‘단계적 접근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각)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논의 중인 엠오유는 60일간 유효하며, 양쪽의 상호 동의가 있을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행료 없이 개방하고, 해협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 선박 통행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이 석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일부 제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이 조처가 이란 경제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시에 세계 석유 시장에도 상당한 안정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기뢰를 제거하고 선박 통항 재개를 서두를수록 미국의 봉쇄 해제도 빨라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원칙이 “이행에 따른 완화”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동결 자금의 즉각 해제와 항구적인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미국은 이란이 가시적인 양보를 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합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중동에 동원된 미군 병력을 그대로 주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강성 매체인 파르스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해협은 계속 이란의 관리 아래 있게 된다”고 보도했다. 통과 선박 수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지만, 항로 지정과 통과 시간, 통행 허가권 등은 이란이 독점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주장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호르무즈해협 문제는 미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는 우리와 연안국들 사이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핵 문제는 향후 협상의 최대 뇌관으로 남아 있다. 액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엠오유 초안에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및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제거 문제를 협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또 이란이 농축 중단과 핵물질 포기와 관련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미국 쪽에 구두 약속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국 관리 두 명을 인용해, 당초 이란은 1단계 합의인 엠오유에서 고농축 우라늄 문제를 제외하려 했지만 미국이 이를 포함하지 않으면 협상장을 떠나 군사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압박하자,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포기한다’는 원칙적 약속을 포함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바가이 대변인은 “이 단계에서는 핵 문제가 자세히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르스통신도 “이란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았으며, 핵 문제는 애초에 이번 단계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전선도 변수다. 액시오스는 엠오유 초안에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쟁을 종료한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전했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 현재 외교적 해법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백악관은 남은 이견이 조만간 해소돼 24일 합의가 발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김지훈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