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률AI기업 수백개, 한국은 없어
한국만 막는 것은 국내 기업 역차별
리걸테크산업진흥법 빨리 제정해야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의료, 금융,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AI 이용자 증가율과 기업의 AI 도입 증가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 분야만큼은 아직 도입이 더디다. 법률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별화되어 있는 지금 법률 AI는 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일반 시민은 법률 AI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변호사 수가 약 100명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약 400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는 일반 국민 대상 법률 AI가 없지만, 미국에는 수백 개의 법률 AI 기업이 활발히 서비스 중이다. 부동산 임대차, 소액 민사 사건, 상속, 노동 등 생활 법률 문제를 겪는 시민 대부분은 변호사 선임 비용 때문에 스스로 해결을 포기하거나 법률 지식의 부재로 인해 불리한 결과를 감수한다. 법률 AI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복잡한 법률 용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상황에 맞는 법령을 안내하는 등의 기초적 법률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법률 사무'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 결부된 서비스는 변호사 고유 영역으로 본다. 이를 근거로 소비자 대상 AI 법률 상담 서비스가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법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비자는 국내에서 AI 법률 서비스를 찾기 어려워 챗GPT·제미나이 등 해외 챗봇에 정보를 입력해 불완전한 번역과 법률 정보를 토대로 법률 상담을 받고 있다. 해외 법률 AI의 경우에도 위 법 해석에 따르면 한국의 변호사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제재를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물론 AI는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잘못된 법률 정보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다른 분야 AI도 대동소이하다. 이는 정부 규제와 이용자 리터러시로 해결할 문제이지 법률 AI 자체를 막는 것이 답은 아니다. 소비자 보호 장치와 책임 체계를 갖추면서 법률 AI 시장을 열어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또 법률 AI 허용이 변호사의 일자리와 직역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오히려 법률 AI를 통한 기초적 법률 정보 접근이 법률문제의 저변을 확대하면 실질적인 법률 자문과 소송 대리 수요가 증가할 수도 있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이 최근 3년간 148억 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리걸테크 산업은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해외 빅테크들은 한국에 법률 전용 AI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고, 세계 최고 법률 AI 기업인 하비(Harvey) 등 해외 리걸테크 기업들도 이미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경우 국내 법률 데이터 주권을 빼앗기고 시장을 내주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현재 논의 중인 리걸테크산업진흥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변호사법 제109조를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해 일반 국민이 법률 AI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법률 AI는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보편적 권리가 되어야 한다. 어떤 나라도 일반 시민의 법률 AI 사용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 변호사만 사용 가능한 한 국내 법률 AI는 작년 5월 변호사시험에서 상위 5% 수준으로 합격했다. 왜 우리 국민은 이런 토종 법률 AI를 곁에 둘 수 없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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