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효의 요리 ⑨ 찬 두부와 삼계탕 전골
10대부터 70대까지 두루 좋아할
우리식 ‘K 훠궈’ 개발에 박차
힘든 시기 버팀목 돼주는 가족
함께 음식 나누며 더 화목해지길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한 고민은 하되 걱정은 하지 마세요.” 최근 한 지인이 제게 한 말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겨우 진정했어요. 세찬 바람 부는 벼랑에 선 것처럼 저는 요즘 걱정이 히말라야산맥급입니다. 오랜만에 찾아뵙는데 걱정부터 이야기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조만간 서울 논현동에 제 이름을 건 훠궈집을 열 예정입니다. 그 지역엔 이미 훠궈집이 여러개 있어요. 중국 브랜드 외식업체들이죠. 제가 개발한 여러 음식을 선보이는 ‘케이(K) 훠궈’로 그들과 승부를 겨룰 생각입니다. 제 걱정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외식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저와 비슷할 겁니다. 새 업장을 론칭할 때의 두려움이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잘될까? 잘 안되면 어떻게 하지? 망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하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마음에 침투하면 안절부절못하게 돼요. 지금 제가 그런 상태입니다. 이런 얘기를 토로하면 “안 하면 되잖아. 왜 굳이 해서 자신을 괴롭혀?”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면 야속한 생각이 듭니다. 새 업장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있거든요. 모든 사업이 비슷할 거 같은데, 도약을 위한 선택은 비즈니스맨에게는 숙명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흑백요리사’ 시즌 1 출연으로 명성이 생기고 책도 출간하고 지금 업장(조광201)도 잘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잘 아시겠지만 자영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지금 잘된다고 안심할 순 없지요. 지난 1월에 지금 업장이 있는 건물 지하를 임차해 쿠킹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요리 연구를 하기 위한 공간이죠. 대략 42평(약 140㎡) 정도 됩니다. 어떤 분은 식당에 줄도 길게 서고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데, 수익도 안 나는 요리 연구 공간을 왜 만드냐고 하세요. 업장을 늘려 돈을 더 벌어라, 그러시는 거죠. 하지만 실력을 계속 닦지 않으면 위기는 언제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주방 기구도 들여놓았고요, 각종 외부 행사 준비도 이 공간에서 해요. 제면실도 만들었답니다. 최근엔 한 건어물 회사와 협력해 신제품 개발도 하고 있어요. 홍콩의 유명한 육포 브랜드 비첸향 같은 거예요. 캠핑이나 여행 다닐 때 먹기 좋은 씹을 거리랍니다. 지인의 말처럼 이 공간 자체가 수익을 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는 공간이 될 걸로 봅니다. 제 식의 ‘케이 훠궈’ 개발도 여기서 하고 있어요.
훠궈집 얘기를 더 해볼까요. 처음에 지인 한분이 투자하겠으니 새 식당을 내자고 했을 때 망설였어요. 지금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죠. 두려움이 컸어요. 하지만 지인은 계속 설득했어요. 고민했지요. 제 업장인 조광201은 술집입니다. 술을 파는 업장은 이제 인기가 시들해져가고 있어요. 외식 시장의 현실이 눈에 들어왔죠. 술 판매가 부진하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어요. 무알코올 음료가 상승세고요.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지금 조광201은 잘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가족이 모여 즐겁게 식사하는 곳에 눈길이 더 갔어요. 가족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죠. 불안이 엄습하고 일상을 잘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은 요즘, 가족만이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어요.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식사하며 행복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주변 요리사들과도 상의했고 인공지능(AI)에 묻기도 했죠. 그래서 지인의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그도 저도 새로운 도전입니다. 잘 안되면 그도 저도 빚을 떠안게 되겠지요. 나락에 떨어질지 모릅니다. 명성이란 것도 허상일 수 있잖아요. 거기에 기대어 살 순 없습니다. 실력만이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비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하필 훠궈집이냐고요? 훠궈는 얇게 썬 고기나 해산물, 각종 채소를 매운맛 나는 홍탕이나 맵지 않은 백탕에 담가 익힌 다음 소스에 찍어 먹는 중국요리죠. 중국 쓰촨 지역에서 발달한 음식입니다. 론칭 결심을 하고 조사에 나섰어요. 어떤 음식이 인기가 있나 봤어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연구했는데, 확실히 훠궈가 인기더군요. 그런데 지금 인기 있는 훠궈집 대부분이 중국식이었어요. 물론 훠궈가 중국에서 온 음식이긴 하나, 음식이란 게 본래 뿌리내릴 때는 그 나라 식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게 탄생하기 마련이거든요. 우리식 훠궈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백탕 대신 청탕을 낼 생각입니다. 우리네 맑은 육수 같은 거죠. 너무 맵기만 한 훠궈집은 안 할 생각입니다. 제주 흑돼지로 동파육도 만들 겁니다. 지금 조광201의 음식 수준을 뛰어넘는 요리를 내는 본거지로 삼자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게 제 전략이고 각오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가성비 좋은 식당) 명단에 오르는 게 꿈인데 이 식당으로 이루고 싶습니다. 한편, 마라탕이 젊은 층에 인기이다 보니 그게 마치 한식처럼 인식되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조광’을 상호에 달 예정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 오는 7월 열 예정이긴 한데, 늦어질 수도 있죠. 10대부터 60·70대까지 두루두루 올 수 있는 장소로 만들 겁니다. 처음엔 외식업이 잘된다는 성수, 홍대 인근 등도 알아보긴 했는데 제가 추구하는 것과 맞지 않았고 임대료도 매우 비쌌습니다. 가족의 화목이 커지는 식당, 기대해주세요.
이번에 준비한 음식도 가족과 함께 먹기 좋은 음식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잖아요. 만화 ‘와카코와 술’에 나오는 찬 두부 요리와 ‘요리 천하’에 나오는 닭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와카코와 술’은 26살 직장인 와카코가 홀로 술집을 다니며 먹은 안주 얘기가 주를 이룹니다. 안주가 어떻게 가족이 함께 먹는 음식이 되냐고 하실 분 계실 텐데요, 95화에 나오는 찬 두부는 아이와 어른 모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랍니다. 찬 두부에 닭 무침을 올렸죠. ‘요리 천하’는 망한 일식집을 살려내려 고군분투하는 일식집 아들의 성장기를 다룬 책이죠. 5권에 등장하는 닭요리에 제가 홍콩에서 경험한 훠궈를 접목해보았습니다.
‘와카코와 술’의 95화 찬 두부
재료: 채에 올려 물을 뺀 연두부 1팩, 생강 10g, 쪽파 50g, 진간장 15g, 치킨 스톡 1~2g(판매하는 치킨 스톡 사용이 싫으신 분은 가정에서 닭을 오래 끓여 닭 육수를 내도 됩니다), 식초 취향껏 적당히, 영계 반마리, 식용유 적당히
만들기
①닭이 잠길 정도의 물을 냄비에 넣는다. 물이 끓으면 닭을 넣고 뚜껑을 닫는다. 30분 동안 익힌 뒤 꺼내 살을 발라낸다. ②쪽파는 잘게 송송 썰고 생강은 아주 곱게 다진다. ③식용유를 180도 이상 온도에서 끓인다. ④다진 재료들 위에 간장과 스톡을 뿌린다. 그 위에 3의 일부를 끼얹는다. ⑤발라낸 닭고기 위에도 3의 일부를 부은 후 식초로 산미를 조절하며 버무린다. ⑥그릇에 연두부를 올리고 닭 무침을 올려 마무리한다.
‘요리 천하’의 5권 삼계탕 전골
재료: 닭 한마리, 청경채 두개, 양파 반개, 생강 한개, 대파 한대, 당면이나 떡(취향껏 준비하면 됩니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넣어도 됩니다), 간장 30㎖, 노추(중국식 노란 콩 간장. 노두유라고 합니다. 요즘엔 마트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15㎖, 치킨 스톡(없으면 생략해도 됩니다) 5㎖, 소금 적당히, 식용유 적당히, 물 600㎖
만들기
①닭을 잘게 조각낸다. ②파는 굵게 썰고 생강, 양파는 얇게 다진다. ③1과 2를 볼에 담는다. ④볼에 간장, 노추, 스톡을 넣어 버무린다. ⑤식용유를 넉넉히 팬에 두르고 4의 작업을 마친 재료들을 넣는다. 수저 등으로 살짝 누르면서 볶아준 뒤 물을 넣는다. ⑥약간 심심하게 소금 간을 한 뒤 원하는 재료를 넣어 끓이면서 먹는다. 간장, 식초, 설탕, 겨자를 5:4:2:2 비율로 섞어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