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자동결 시술 확산으로 국내 난자 보관량은 최근 10년간 약 17배 급증했지만 실제 활용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러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자 보관은 빠르게 늘고 있으나 시험관 시술 등으로 사용되거나 종국적으로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미미해 ‘시술 확대’와 ‘실제 활용’ 사이 괴리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정부 차원의 냉동난자 실제 활용 통계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가 보건복지부에 의뢰한 ‘생식세포 보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난자 보관량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8018개로 1만 개를 밑돌았지만 △2016년 1만365개 △2017년 1만3865개 △2018년 2만2641개 △2019년 3만4168개 등 2010년대 후반부터 급증세를 보였다. 이후에도 증가 추세는 더 커져 △2020년 4만4122개 △2021년 6만6752개 △2022년 8만5159개 △2023년 10만5523개 △2024년 13만3926개로 집계됐다. 최근 추세만 보면 연간 출생아수(23만8300명)의 절반이 넘는 난자가 매년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생식세포를 보존·관리하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은 지난해 기준 전국 168개다. 해당 기관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난자·정자 채취 및 보존, 배아 생성 등을 수행하며 연 1회 보건복지부에 잔여 난자·배아 현황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실제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시술 증가세는 뚜렷하다. 본지가 차병원에 의뢰해 차병원 6개 센터(강남·분당·서울역·일산·대구·강서)의 난자뱅킹 시술을 분석한 결과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약 500건 수준이던 시술은 2021년 이후 1000건 수준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연간 1500건 이상으로 확대됐다. 결혼과 출산 시기를 미루는 30~40대 여성이 늘면서 ‘선택적 난자동결(사회적 냉동)’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시술 증가가 곧바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차병원 측은 난자동결 이후 실제 시험관 시술로 이어지는 비율에 대해 “정확한 통계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난자를 보관한 뒤 실제로 사용하는 시점이 개인마다 크게 다르고 본격적인 활용 사례가 최근에야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난자동결은 최근 들어 급증한 시술인 만큼 아직 장기적인 ‘사용 데이터’ 자체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 차원에서도 난자동결 이후 실제 활용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의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난자 채취 후 동결 보존된 수량과 현재 보관 중인 규모만 보고받고 있다”며 “동결된 난자가 이후 시험관 시술로 사용됐는지, 폐기됐는지 등을 포함한 전체 활용 비율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확한 통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아생성의료기관에서 일부 사용·폐기되는 경우가 있지만, 정부는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동결 보존 수량만 집계하고 있어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관련해 해외 연구를 참고 지표로 활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진이 2025년 8월 국제 학술지 ‘미국 산부인과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AJO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 4153건이던 난자동결 시술은 2021년 1만6436건으로 약 4배 증가했으나, 5~7년 내 이를 체외수정(IVF)에 다시 사용한 비율은 5.7%에 그쳤다. 같은 기간 난자동결 시술 평균 연령은 36세에서 34.9세로 낮아졌으며, 38~42세 연령대의 활용률이 약 8%로 가장 높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난자동결은 사용 여부, 임신 성공, 출산 여부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확률이 점차 낮아지는 구조”라며 “최종적으로 출산까지 이어지는 비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냉동난자 실제 활용·출산 연계 통계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난자동결 지원 확대 여부를 판단하려면 실제 이용과 출산 연계 효과에 대한 실태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는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조차 충분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통계 관리와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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