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CJ)대한통운과 한진이 ‘법외 노조’ 논란이 있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택배노동자들의 사용자로 교섭 대상이라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개인사업자 형태인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적용 대상이라며 노조법상 노조로 인정한 것이다. 사용자성을 부정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는 씨유(CU) 원청과 화물연대 교섭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7일 씨제이대한통운과 한진에 대한 ‘하청노조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 신청’ 사건의 심판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지난달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씨제이대한통운·한진의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노동자들이 소속된 복수의 노조들이 교섭을 요구했으나, 원청이 화물연대만 쏙 빼고 교섭 확정 공고를 하면서 문제가 됐다. 민현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는 “한진은 4곳, 씨제이대한통운은 5곳의 (택배) 노조가 교섭을 신청한 사실을 인정·공고했지만 화물연대가 빠져 지난달 23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노동위에선 개인사업자 형태인 특수고용노동자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노란봉투법의 적용 대상인지, 씨제이대한통운과 한진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인지 등을 살펴, 이렇게 결론을 냈다. 민현기 노무사는 “씨제이대한통운·한진 쪽은 (택배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화물연대가 법외 노조라고 주장하는 등 법적 지위가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단으로 화물연대의 법외노조 논란도 힘을 잃게 됐다. 여러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가입한 화물연대는 따로 노조 설립 신고 필증을 받지 않은 채 2002년부터 노조 활동을 해왔고, 2011년 산업별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로 전환했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조 설립이 ‘신고제’인데도 통상 고용노동부 필증을 받지 않으면 ‘법외 노조’로 보고, 노동 3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해석해왔다.
이번에 노동위는 필증보다 실질적 활동을 근거로 화물연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셈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최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화물연대가 노조 필증을 받지 못했지만 공공운수노조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최근 판례를 보면 노조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화물연대의 2022년 총파업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개별적·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화물연대의 구성원은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노조 지위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노조 활동이라는 헌법적 권리를 노조 설립 신고제 등 하위법에서 제약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씨유 원청과 화물연대 교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씨유와 화물연대는 지난 22일 상견례를 포함해 그동안 총 4차례 만났지만, 노동시간 단축과 적정임금 보장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청인 비지에프(BGF)리테일과 비지에프로지스 쪽은 “사용자로서 법적 교섭이 아니라 긴급 대화”라며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노동위 판정은 ‘법외 노조’ 운운하며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비지에프의 입장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씨유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숨진 서아무개 조합원의 빈소를 설치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달 1일 노동절에도 민주노총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윤애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법학)는 “화물연대가 실질적 노조로 권리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단”이라며 “비지에프리테일도 이를 존중해 교섭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