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두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미국·중동발 뉴스가 연일 일간지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변덕스럽고 즉흥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쟁 메시지 탓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은 듯하다. 전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물론 맥락과 관점까지 담은 보도가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3기 열린편집위원회 다섯번째 회의에서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중심으로 한겨레의 국제 보도를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수민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영식 한겨레 후원회원, 심창식 ‘한겨레:온’(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편집장,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김하롬 한겨레 후원회원, 한겨레 창간주주·독자인 정연 전 영락의료과학고 교장, 황현숙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가 참석했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김태규 뉴스룸국 이슈부국장, 최현준 국제부장이 참석했다.
서수민 전쟁 보도에 관해서는 특히 한겨레의 차별성 있는 관점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위원님들은 어떻게 보셨나.
황현숙 이번에 전쟁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한겨레가 다른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것들을 다양하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미군의 오폭으로 이란 초등학생들이 다수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일본에서 열린 추도식 현장을 취재해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목소리를 전해준 것이 인상 깊었다. 한겨레가 국제 보도에서도 인권이라는 관점을 확실하게 견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미디어 지형에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세욱 저는 미국의 이란 침공 이후에는 거의 한겨레만 봤다. 다른 언론사 보도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인류애적 관심보다는 경제적 관점을 드러내고 강대국에 치우친 해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사,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기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는 달랐다. 다른 언론에 비해 확실히 나았다고 감히 평가한다. 이란이 도발했다거나 미국이 응징했다는 식의 단선적 보도들이 많았는데 한겨레는 그러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의 역사도 잘 짚어, 이 갈등이 복합적인 구조임을 잘 보여줬다. 우리나라 언론이 전쟁마저도 ‘국익의 계산기’로 환원해 보도하는 관행이 있는데, 한겨레는 ‘인간의 존엄’을 위에 두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쉬운 대목도 있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전쟁 초기 속보 대응 과정에서 서구 주류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과정에서 서구 언론의 프레임이 여과 없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다. 현지 유튜브 등 1차 영상자료를 보도에 적극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한겨레가 이번에 온라인에 ‘미국-이란 갈등’ 이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단순한 기사 모음에 그쳐 아쉬웠다. 이 정도의 이슈라면 타임라인을 비롯해 부가적인 정보를 함께 제공해야 독자에게 훨씬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한겨레의 국제 보도가 ‘좀 덜 불편한 보도’를 넘어 대안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보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정연 이번 전쟁 보도를 보면서, 한겨레가 이래서 우리 사회에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을 빌려 전쟁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도한 타사와 달리, 한겨레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전쟁 명칭부터 타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이 담긴 ‘장대한 분노’,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등을 썼지만, 한겨레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라고 써 이번 전쟁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이 전쟁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일어났고, 전쟁을 주도하는 자들에겐 어떤 정략적 속셈이 있는지 등을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보도해줘서 전쟁의 성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주주이자 한겨레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번 전쟁 보도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한겨레 구성원들이 정말 하나가 되어서 같은 가치를 지향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기사가 실리면 그 논지를 사설과 칼럼이 잘 뒷받침해줬다. 그동안 국내 이슈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상반된 얘기가 나오는 일이 더러 있지 않았나. 그럴 때는 솔직히 좀 마음이 불편했다. 이번엔 특히 사설이 참 좋았다. 꼭 필요한 시점에 한겨레의 지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더라.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이 나온 직후 이틀 연속으로 파병 반대 방침을 명확히 밝힌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창식 한겨레의 이번 전쟁 보도는 저널리즘 차원에서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편중된 보도를 한 타사와 달리 균형감을 유지했고, 맥락을 충실하게 보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자의 니즈 충족이라는 측면에서도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전쟁 개시부터 종전 협상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잘 따라가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전후 국제 질서 전망 등 독자들의 안목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칼럼들도 후한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발언을 다룬 기사는 맥락을 짚지 못한 채 국내에서 나온 여러 반응을 전달하는 데 그쳐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사설과 칼럼(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줘서 좋았다.
서수민 여러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보니 이번 전쟁 보도에 한겨레만의 관점이 잘 담겨 있어서 좋았다는 쪽으로 수렴이 되는 것 같다. 이란에 사는 교민과 국내외 전문가 등 한겨레의 취재 네트워크가 좋은 보도의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취재 네트워크는 예전부터 한겨레가 가진 강점이었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등 외부의 전문가들과 협업해 독보적인 보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장점을 잘 키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김하롬 앞이 잘 보이지 않고 비이성적으로 흘러가는 전쟁 상황을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잘 정리하고 맥락을 분석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기사들이 많았다. 이미 여러 위원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와 같은 칼럼이나 유달승 교수 심층 인터뷰가 사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급박한 전쟁 상황에서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5년 기획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원전 관련 여론 등 현재 일본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국이 이란에 이어 공격 타깃으로 삼고 있는 쿠바 상황을 중립적으로 보여준 것도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김영식 한겨레는 국제 보도에서도 비서구권, 그리고 약자와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가치 지향적 보도가 필요하다는 데 적극 공감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규범성이 강해져서 독자들에게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막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자기 재판 피하려고 계속 전쟁하는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면, 이스라엘 국민은 왜 60% 이상이 그를 계속 지지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간과되기 쉽다. 그리고 다른 나라 소식을 전할 때 그게 우리나라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짧게라도 소개해 준다면 기사가 훨씬 풍성해질 것 같다. 한반도 문제도 남북한이라는 특수 관계의 좁은 렌즈가 아닌 국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서수민 국제 보도는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영역이다. 그래서 독자들이 잘 안 읽게 된다. 쉽고 친절하게 기사를 써야 한다. 국제 보도에서도 스토리텔링이나 내러티브 형태의 기사를 쓴다면 가독성이 높아질 것 같다. 일정한 검증을 거쳐 에스엔에스(SNS)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권석천 한겨레의 이번 전쟁 보도는 서구 중심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도주의적 위기와 민간인의 고통을 조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런 보도 기조는 글로벌 에스엔에스에서 제3세계 활동가들과 정서적 연대를 이끌어내며 한겨레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외신을 번역해 재구성하는 ‘번역 저널리즘’ 수준을 넘어, 자체적인 데이터 검증 역량과 주체적인 관점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은 도덕적 선명성에 머물지 않고 위성 사진 분석과 포렌식 기법을 동원한 ‘증거 기반 보도’로 독보적인 신뢰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독자가 스크롤을 내리며 전쟁의 변화 양상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스크롤리텔링’ 보도 포맷을 선보이고 있다. 한겨레도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좋겠다. 감성적 호소가 객관적 데이터 및 시각적 그래픽과 결합할 때 보도의 신뢰성과 전문성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아울러 현장을 교차 검증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 인텔리전스(OSINT,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 역량을 제고해 나가면 좋겠다. 단독 특파원 파견이 어렵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독립 매체인 ‘+972 매거진’이나 아랍권 현지 언론과 협업 저널리즘을 시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겨레가 최근 사단법인 아디(ADI)와 팔레스타인여성위원회연합(UPWC)의 도움을 받아 ‘가자에서 온 편지’를 지속적으로 연재하기도 했는데 그 외연을 확장하기를 기대한다.
최현준 사실 오늘 많이 혼날 거로 생각하고 왔는데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여러 위원이 미국 언론 의존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미국에서 나온 뉴스가 양과 질에서 압도적이어서 거기에서 벗어나기가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신 이란 타스님 통신 등 현지 뉴스를 최대한 활용해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김태규 한겨레가 전황 중심이 아니라 정말 전쟁에 반대하고 인권을 중심에 둔 보도를 해왔는지 반성하고 있다. 오늘 나온 의견을 반영해 더욱 좋은 국제 보도를 위해 분발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의 ‘단소리 쓴소리’
열린편집위원들은 그달 주제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한겨레의 논조와 기사 쓰는 방식, 뉴스 서비스 등 콘텐츠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독자 눈높이에서 비판과 제언을 쏟아낸다. 회의에서 나온 위원들의 목소리를 싣는다.
•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문제와 관련해 언론 잘못은 없었는지 묻는 기자 칼럼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관점을 잘 살려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황현숙
• ‘‘1초 민주주의’ 넘어서려는 지역언론 분투기’라는 기사를 봤다. 이번 지방선거 보도에서 한겨레가 지역 언론과 협업하는 실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오세욱
• 이제 선거의 계절인데, 경마식 보도보다는 기존 정치 보도 문법에서 탈피한 참신한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기사에 문답 형식으로 현안만 다루지 말고 후보에 대한 정보도 함께 소개해주면 어떨까 싶다. 독자들이 후보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서수민
• 최근에 이런 소식을 들었다. 구글에 한겨레 기사가 많이 노출된다는 거다. 한겨레에 사안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구조 분석형 기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엠비엔(MBN) 아침 방송에 신문 읽기 코너가 있는데, 최근 들어 한겨레 기사가 자주 인용되더라. 주주이자 독자로서 기분이 좋다. 김건희씨가 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나고 구치소로 돌아가 눈물을 흘렸다는 기사가 최근 실렸는데, 왜 한겨레에서 그런 신파조의 기사를 썼느냐는 비판이 많더라. 심창식
•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이틀 연속 1면에 사진과 기사로 다뤄줘서 고마웠다. 한국어교원의 노동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의제화하고 있는 점도 칭찬해주고 싶다. 한겨레가 기사에 ‘사법개혁 3법’이 아니라 ‘사법 3법’이라고 쓰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왜 따라가나. 박상용 검사의 진술 회유 사건을 다룬 국정조사 보도도 박 검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여야 공방으로 다뤘다. 사안의 본질을 감추는 잘못된 보도다. 김영식
• 한겨레에는 전문성도 있고 관점도 좋고 글도 이해하기 쉽게 잘 쓰는 훌륭한 기자들이 많다. 한겨레가 그런 부분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 그런 훌륭한 필진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으면 좋겠다. 정연
• 최근 사회면에 여성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 남성 청년층 취업이 줄었다는 취지의 기사가 실렸다. 물론 한국은행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이긴 하지만, 분석에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걸 지적해주는 것도 한겨레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김하롬
•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보도가 대통령의 발언과 그에 따른 파장 등 시장 상황 전달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주거 기본권 중심의 담론을 주도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시민의 주거권에 기반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대안 담론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권석천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3~4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35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AI시대, 위협받는 시민권’ 기획이었다.
1. ‘AI시대, 위협받는 시민권’ 기획 사회부 남지현 기자, 경제산업부 선담은 기자, 사회정책부 이우연 기자
한줄평: “정부 정책이 잊고 있던 점 잘 지적” “AI 이슈를 ‘시민권’이라는 키워드로 조명”
2. 이주노동자에 에어건 쏴 장기 손상…“치료커녕 강제귀국 종용” 사회정책부 박다해 기자
한줄평: “이주노동자에 대한 만연한 차별 드러내”
3. 7년이 지나도…안전한 임신중지는커녕 ‘위험한 각자도생’ 사회정책부 손지민 고나린 기자
한줄평: “왜 7년간이나 대체입법이 안 되고 있는지 후속 기사 기대”
4. 호르무즈 다시 열리면 ‘미국 없는 국제질서’ 보게 될 수도 국제부 정의길 선임기자
한줄평: “호르무즈를 둘러싼 미국와 이란의 대립을 Q&A 형식으로 쉽게 정리”
5. 천하 삼분지계, 대서양동맹의 분열을 파고들다 정치부 박민희 선임기자
한줄평: “미국과 유럽의 틈을 파고드는 21세기 중국의 외교 정책”
연동된 커뮤니티 글을 불러오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