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밀어올리는 서울 집값-①
서울 집값 오름세가 심상찮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고 강남3구와 한강벨트 일부 자치구를 중심으로 한동안 계속된 집값 하락세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품귀로까지 불릴 정도의 전세 물량 감소가 전셋값을 자극하고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가 다시 매매로 이동하는 익숙한 집값 급등 구조가 재연되는 모습이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 6억7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문화촌현대' 전용면적 59㎡의 실거래가는 21일 7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불과 열흘 만에 1억1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성북구 '정릉풍림아이원' 전용면적 114㎡도 16일 6억9000만원에서 18일 8억원으로 1억1000만원 상승했다.
최근의 서울 집값 급등은 전세 불안이 매매 수요로 전이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가격 부담이 커진 수요가 매수로 돌아서면서 매매가가 단기 급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집값 오름세는 서울 중저가 지역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 전용면적 59㎡는 지난 1월 7억9000만원에서 이달 8억3500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에서 10억원 수준까지 형성돼 있다. 최근 실거래가보다 1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매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 전세 공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24일 2만307건이던 서울 전세 매물은 24일 현재 1만5344건으로 쪼그라들었다. 두 달 새 4963건 감소했다. 감소율이 24.5%에 달한다. 특히 송파구 45.9%, 동작구 44.0%, 노원구 41.1% 등 전세 매물 감소세가 가파른 곳일수록 전셋값 급등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이들 3개 자치구의 전셋값은 지난 한주간 0.39%, 0.25%, 0.32% 각각 올랐다.
서울 전체 기준으로도 전셋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랐다. 2019년 12월 넷째 주 이후 6년4개월래 최고 주간 상승률이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2.1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를 넘었다. 전세수급지수도 108.4로 4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역대급 전세 불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공급 감소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세 수요의 선택지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더이상 전세를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면서 월세로 이동하거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매물을 찾아 매매로 전환하는 흐름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도 강남3구나 한강벨트와 같은 전통적인 부동산시장 핵심지가 아닌 중저가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서구(0.31%), 관악구(0.28%), 성북구(0.27%), 동대문구(0.25%), 강북구(0.24%) 등이다.
이 같은 흐름은 대출 규제상 접근 가능한 15억원 전후 가격대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세 부담이 커진 실수요가 매수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특정 가격대에 수요가 몰리며 집값을 추가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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