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대개 사람은 자신의 삶을 벗어난 범위를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사고하는 범위를 벗어난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대부분이 넘치도록 많던 서울을 떠난 이후 자연스레 생각도 생활도 달라졌다. 인구가 적은 만큼 여러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살면서 예전에는 그다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족’과 ‘부재’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양양에는 다른 지역에는 있지만 없는 것이 많다. 스타벅스나 올리브영이나 새벽 배송은 없지만 조금 불편한 정도다. 이비인후과나 산부인과나 안과는 없어서 많이 불편하다. 이 정도가 필요하거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아쉬운 것이다. 당연하게도 다른 이들에게는 다른 분야, 더 많은 영역에서 부족한 게 있을 테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지역 사회라는 더 큰 단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서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더 민감해졌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사업은 굉장히 다양한 영역과 얽혀 있지만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쇠퇴한 지역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역에 부족하거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예민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
양양에는 일자리도 문화 시설이나 콘텐츠도 의료 서비스도 부족하지만 최근 몇해 동안 새롭게 알게 된 ‘없는 것’ 중에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발달 재활 제공 기관이다. 공모 사업을 준비하면서 지역 내 부족한 생활 에스오시(SOC)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발달 재활 제공 기관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발달장애는 법적 기준인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물론 넓게 보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나 경계선 지능, 학습장애 등도 포함하는데, 그 수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발달 재활 서비스 기관이 아예 없는 지역이 꽤 많고 양양도 그중 한 곳이다. 이에 공모 사업으로 새롭게 조성하는 복합 커뮤니티 센터 내에 언어, 미술, 놀이 치료 등 발달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심리치료실을 조성하는 계획을 포함했다.
다행히 공모에 선정되어 지난해부터 사업을 진행하면서 양양의 민간 센터는 물론 강원도 내 여러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실태 파악을 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 현장에서 알려준 여러 어려움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치료사의 채용이었다. 군 단위 농어촌 지역에 정착할 치료사를 찾기 어려워 거주 비용을 지원하거나 치료 비용을 전액 임금으로 지급하는 등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저도 읍 소재 센터에서나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면 단위 거주자는 접근성 문제로 지속적인 치료를 이어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애 판단을 내리기에 아직 이르거나 진단이 확정되지 않은 발달지연 아동에게도 지속적인 치료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고 치료비 부담은 계속 증가해 어쩔 수 없는 공백기를 맞닥뜨리고 치료 효과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여러 전문가를 만나고 사례를 접하면서 공공에서 발달 재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 적극적인 발달 지원, 역량 강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지역에는 비어 있는 게 많다. 눈에 보이는 빈집이나 임대 광고가 붙은 상가뿐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콘텐츠와 서비스가 없거나 얕거나 비어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비롯한 각종 지역 활성화 사업은 이 크고 작은 구멍을 메우기 위해 추진된다. 이 일을 하면서 이미 알고 있던 구멍에 더해 발달재활 분야처럼 미처 알지 못했던 구멍까지 알게 됐다.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막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