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묘수를 찾지 못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자칫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는 것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정광윤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란이 확신을 갖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기자]
호르무즈 해협만 계속 쥐고 대치하면 원하는 종전 조건을 얻어낼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나포하면서 앞서 미군이 봉쇄의 일환으로 이란 관련 선박들을 나포한 것을 고스란히 되갚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 22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3척을 공격했으며, 그중 2척은 이란 영해로 호송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위치식별장치를 끈 채 허가받지 않고 해협을 몰래 지나려던 선박 두 척을 나포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공격을 받아 좌초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한 척에 대해선 "이란 해역에 고립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협 수면 위로도 모자라, 수면 아래 해저통신선까지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이란 군부와 연계된 타스님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와 가스만 지나는 곳이 아니다"라며 "중동과 전세계의 가장 중요한 인터넷 길목 중 하나"라고 보도했는데요.
"걸프국들을 잇는 해저케이블이 몰려있는 중동 디지털 경제의 취약점"이라며 파괴공작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했습니다.
여기에 해협을 우회하는 사우디 송유관을 공격하거나, 동맹인 후티반군을 부추겨 홍해 해상운송을 차단하는 방안 등 아직 쓰지 않은 카드들도 많은데요.
미국이 해협 봉쇄를 직접 군사적으로 겨냥할 엄두를 못 내도록 아껴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미국은 이란의 해협 봉쇄에 해상 봉쇄로 맞대응했지만, 이제 와서 보면 정작 카드가 부족한 건 미국인 것 같은데요?
[기자]
영국 매체 탤레그래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근조차 "백악관 내부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무슨 일 벌어지는 중인지, 계획이나 목표가 뭔지를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든 것이 완전히 엉망진창이고 책임 소재도 완전히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 만류에도 정제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내는 걸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인 의사결정과정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자신의 직감과 '예스맨'들의 말에만 귀 기울이면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전임 행정부 정책를 맹비난했던 과거 발언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에 돈다발을 건내주고 정작 우라늄 농축은 원천봉쇄하지 못했다"고 지적해 왔는데요.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부분적 핵 규제와 경제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오바마 때와 비슷한 수준의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그 불똥이 전 세계로 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사재기'가 벌어지기까지 하고 있는데요.
이렇다 보니, 가난한 나라일수록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급 차질에 대비해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실제 부족분 이상의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돈 많은 국가들이 앞다퉈 원유를 쟁여놓으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가격이 더 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통화기금과 에너지기구, 세계은행 등이 공동성명을 통해 "각국의 에너지 비축과 수출 금지 조치가 전세계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 각국이 마스크, 백신 확보를 위해 '아귀다툼'을 벌였던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천연가스를 가공해 만드는 비료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농기계 작동, 식량 운송 등에 드는 연료비가 뛰면서 식품비 상승 우려도 큽니다.
국제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은 전세계에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인구가 4천500만 명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지난달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