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정부의 여성 장관 비율이 열에 두명 꼴로 20년 전과 견줘 8%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아직 10%대에 머물러 ‘유리 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도쿄신문은 20일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조사에 따르면, 유엔(UN) 여성기구의 관련 통계가 있는 189개국 여성 장관 비율이 지난해 1월 기준 평균 22.9%로 2005년(14.2%)과 견줘 8.7%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고 여성의 역할로 치부되던 직책’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교·국방·재정 같은 분야는 여전히 남성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 국립국회도서관이 지난달 25일 내놓은 ‘세계 각국 여성 장관 비율 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역별로는 유럽·북미가 31.4%로 가장 높았고, 라틴 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30.4%),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23.9%), 오세아니아(17.6%), 서아시아·북아프리카(14.2%), 동남아시아(13.7%), 중앙·남아시아(9.0%)가 뒤를 이었다. 여성 각료 비율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여성 장관 비율이 30%를 넘은 국가는 지난 2005년 17개국에서 62개국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국가도 2곳에서 9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이 포함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의 평균 여성 장관 비율은 35.1%, 주요 7개국(G7)은 36.7%로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 대표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여성 장관 기용에는 한참 뒤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여성 장관 비율은 18.8%(106위), 일본은 10.0%(156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35.1%)과 큰 격차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의 여성 장관 비율이 61.1%로 가장 높았고, 아이슬란드(60.0%), 에스토니아(58.3%), 칠레, 스페인, 영국(이상 50.0%)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주요 7개국 가운데는 영국만 과반에 턱걸이했고, 독일(46.2%), 캐나다(45.7%)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 장관 비율이 과거에 비해 상승하고 있지만,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에는 여전히 높은 벽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 경향으로 볼 때, 여성 장관의 담당 분야는 여성·성평등, 가족·아동 문제 등에 치우쳐 있다”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도자의 정치적 의지나 정당 내부의 여성 등용 추진에 관한 노력이 여성 비율 증가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분석 결과에서는 여성·젠더 담당 부처의 여성 장관 비율이 86.7%, 가족·아동 부처 71.4%가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반면, 방위 분야에선 여성 장관이 13.0%, 법무 18.5%, 외교 17.8% 등으로 설 자리가 부족했다. 보고서는 “임명권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여성 장관을 임명하게 되면 이후에는 그보다 낮은 비율을 임명하기 어려워지는 ‘콘크리트 바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임명권자가 ‘여성 장관 임명 시작 → 확인 → 유지라는 세 단계가 필요하며, 콘크리트 바닥을 만드는 것은 ‘여성 장관 할당제’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