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 아이들이 ‘나 촉법소년이야’라고 하면서 자신이 아예 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벌(보호처분)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문제 있는 아이 위에 부모·어른이 있다고 보는데, 단순히 아이를 처벌해서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호자 특별 교육하는 경우가 따로 있을까요?”
성평등가족부가 19일 마련한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 문제를 다루는 숙의 토론회에서 119명의 시민들은 기조발표를 맡은 김형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향해 열띤 질문을 던졌다. 아직 앳된 청소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성별의 사람들이 모여 발표를 경청하고, 삼사오오 모여 의견을 나눴다.
성평등부는 18일 충북 오송에 이어 이날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비수도권 93명, 수도권 119명 총 212명의 시민들과 함께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진행했다. 이틀 동안 15∼72살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이들은 숙의토론 전 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대한 사전조사를 실시한 뒤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전문가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과 분임토의를 들었다. 이후 달라진 생각 등을 반영해 다시 사후조사를 실시했다.
숙의토론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언론으로 접했던 촉법소년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의견을 나눌 수 있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교육콘텐츠 제작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웅겸(45)씨는 “최근 조진웅씨 사건때문에 촉법소년이 재조명되면서 주변과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토론에 참여해보니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으로서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김하준(18)군은 “청소년의 심리적인 건강상태나 이들이 어떤 삶의 배경을 갖고 왔는지, 어떤 비행이 재발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여러 방면에서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 결과는 이달 말 만들어질 권고안에 주요하게 담기게 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 숙의 과정에서도 사전·사후조사를 통해 참여자의 의견이 얼마나 변했는지 변화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의미있었다고 한다. 이런 점과 더불어 시민참여단과 전문가 의견, 범죄현황과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해 권고안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선영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숙의 이후에 하향 찬성 비율이 변화하긴 하겠지만 결론적으론 찬성이 더 많을 것 같다”면서 “촉법소년에 대해 알아야할 내용, 논의돼야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반나절이란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등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법학자들은 오는 20일까지 반대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형사책임연령의 하향은 증거기반 소년정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뇌과학과 발달심리학 등 과학적 근거에 배치될 뿐 아니라, 형사책임연령의 하향이 소년범죄 억제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경험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살에서 13살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두 달 후 결론을 내리자”고 성평등부에 공론화를 지시했다.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약 70년 동안 유지된 촉법소년 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